나이가 들수록 금전 감각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1. 금전 감각이 이상해

요즘 들어 돈에 대한 감각이 이상해진 것 같다. 20만 원을 2만 원 쓰듯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몇 년 전에 아이패드가 사고 싶어졌을 땐 몇 달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다이슨 헤어드라이어기가 사고 싶어졌을 때도 몇 달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 결제했었다. 


그런데 지난달 생각에도 없던 프리다이빙 체험을 하러 갔다가 자격증반을 결제하고 왔다. 45만원이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17만 원짜리 프리다이빙용 핀을 결제했다. 


이렇게 쉽게 몇십만 원을 결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돈을 막 쓰기 시작했지?




2. 연봉 상승

지출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 원인은 연봉 인상인 것 같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의 연봉은 지금보다 훨씬 더 소소하고 작았다. 그래서 그때는 뭘 사더라도 고민해야만 했다. 몇 년 사이에 이직을 몇 번 하면서 연봉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전에 비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났고 조금 더 고민 없이 소비할 심리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고작 몇백만 원이 늘었는데, 이렇게 소비 감각이 망가진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로또 당첨자들이 돈을 쉽게 쓰는 건가? 이래서 부자들이 물가 개념이 없는 건가?


반성을 좀 해야겠다.


3. 돈이 필요해

너무 쉽게 돈을 쓴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굳이 절약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흔히들 절약하는 것이 돈을 모으는 데 기본이라고 한다. 절약하는 습관부터 들여야 내가 가진 돈을 유지할 수도 있고, 빠르게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돈을 더 버는 것을 택하고 싶다. 


수많은 것에 돈이 든다. 한 달 사이 예상 밖의 지출로 62만 원을 써버렸지만, 아직 돈 나갈 곳이 더 남았다. 렌즈도 사야 하고, 피부과도 좀 가야 한다. 이래저래 계산해 보니 70만 원 정도를 지출이 있을 것 같다. 거기다 1월에 해외여행을 예약해 둬서 평소 생활비에서 추가로 항공비 & 숙소비 65만 원의 지출이 있을 것이다. 12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130만 원의 지출이 예상되는 바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프리다이빙에 쓴 62만 원을 아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세상은 그만큼 더 좁았을 것이다. 나는 나의 삶을 그렇게 가난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며 절약하는 것보다 그 절제의 에너지를 창출의 에너지로 바꾸고 싶다.


절약하는 것은 이미 해봤으니 더 많이 더는 것에 더 몰두해 보자. (물론, 망가진 내 금전 감각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