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초심자의 즐거움

얼마전 이런 말을 들었다. "1억 모으기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간"이라고.

이 주장의 논리는 이러했다.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간이 어디인가? 바로 초반에 무언가를 구축하는 단계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간은 초기 자본 1억을 모아가는 구간이라고는 것이다. 일단 1억을 모으면 인생이 조금 더 쉽게 굴러가기 때문에 초기 단계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닌데?

혹시 심즈라는 게임을 아시는지? 나는 심즈2를 즐겨했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는 치트키라는 것의 존재를 몰랐다. 그래서 정말 힘들게 심들을 키웠다. 

돈이 없으면 좋은 침대를 살 수 없어서 체력이 빨리 오르지 않는다. 저체력인 상태로 일하러 갔다 오면 체력이 바닥이 나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얼른 재우는 수 밖에 없다. 돈을 조금 벌면 바로 침대부터 바꾼다. 조금 더 체력이 빨리 회복된다. 저렴한 샤워기, 변기를 사용하면 자주 청소를 해줘야 한다. 안 그래도 에너지가 부족한데 집안일에 시간을 또 빼앗긴다. 조금 더 벌면 샤워기와 변기를 바꿔준다. 이렇게 조금씩 벌어서 가구들을 교체하고, 심들을 낳아 기르다보면 어느새 노년이 되고 있고, 엇? 하는 순간 저승사자가 찾아온다. 내 심은 아직 꿈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이후에 나는 치트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더로드는 돈을 생성하는 치트키 코드다. 이때부터는 심즈가 정말 재미있어졌다. 지겨운 노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심즈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게 할 수 있다. 꿈을 이뤄줄 수 있고, 새로운 스킬을 쌓을 수 있고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심들을 만들 때면 무조건 마더로드 * n번을 해서 충분히 부유하게 만든 다음 플레이를 시작했다. 내 심들은 이제 돈 같은 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집안에 넘쳐나는 것이 돈인데 뭐!


그냥 돈이 많으면 좋겠어

1억을 모아가는 과정이 인생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사람에게 나는 감히 말한다. 그것이 내 인생의 즐거움은 아니라고. 고난의 길이자 원하지 않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그저 나는 진정한 내 삶을 누리기 위해서 수 십년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것뿐이라고.


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싶지 않다.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치트키가 없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노동을 해야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미뤄두고 그저 나를 입히고 먹이는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이렇게 살다보면 나는 늙어 있을 테고, 사신이 나를 맞이하겠지.

이것이 즐거운가? 그대는 즐거운가? 이게 재미있는 부분이 맞는가?

나는 1억을 모으는 과정이 조금도 즐겁지 않다. 얼른 노동이란 속박에서, 회사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체 언제쯤이면 회사를 그만 다닐 수 있을까.